미학,미술비평가 하 정 화
오늘날 현대 미술이라는 이름하에 행해지는 행위들은 국적불명의 혼종적 상상력을 펼치며, 자폐성, 과격성, 기괴함, 유별나고 툭툭 튀어 나오는 강박과 분열의 무의식에서 솟구치는 초현실적 환상적 이미지들로 때때로 상호소통이 불편하다. 이러한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 추종완은 불편한 타자의 머나먼 상상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실재를 자기만의 상상력으로 전환하는 작업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간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들이 상징하는 것은 그늘진 것, 중심이 아닌 주변, 둘레에 있는 것, 자기도 모르게 서로 얽히고 얽혀서 만들어낸 우리 영혼의 푸른 그늘이다. 우리 근현대의 비극은 상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엄청난 간극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와 세계주의를 단순히 탐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진정한 자아와 전통들은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보잘 것 없는 것들이다. 추종완의 작업들은 그간 우리가 외면하고 미루어 왔던 자아와의 투명한 대면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매개하는 잔인한 미디어이다. 그는 타자의 시선에 비친 발가벗은 자아의 끔찍한 이미지 속으로 스스로를 내던진다. 그의 관심은 우리가 문명인의 행위양식이란 미명하에 상실되는 원초적 순수성에 있다. 그의 작업 속에 등장하는 하나 같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은 빛나는 순수성을 잃어버린 대신 일그러진 채로 자족하는 현대인들, 경쟁자의 시선을 통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간결하고 선명하게 보여 준다. 그의 화면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타자와 자신을 비교하고 마치 거울과의 마주침을 통해서 자신을 타자로 인식하는 충격적인 유체이탈의 체험이다. 그의 작업은 더 이상 순정한 판타지를 꿈 꿀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족적 세계를 폭력적으로 배제하는 끔찍한 거울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추종완의 작업이 보다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것으로 화면을 옮겨 간 것은 우리 삶의 절박성도 원인이 되었겠지만 다름 한편으로는 그 자신이 바로 이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이곳에서 인간의 순수성의 가치가 쇠퇴하고 있는 상황을 그려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게다가 정신적인 가치 보다 물질적인 가치가 우선시 되는 자본주의와 세계주의가 가속화 되는 현실적 상황은 계속 이어질 수 밖 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더 이상 은유적인 방식이 아니라 보다 사실적으로 현대인의 자아 상실의 문제를 공유하는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 그의 작업들은 일견 위기에 직면한 우리 삶의 진실을 시종일관 우울하게 하게 그려내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자아와의 투명한 대면을 요구하는 낙천적 매개물들이다. 퇴화되어 가는 우리 시대 생의 감각을 일깨우고 우리 속에 숨겨진 1%의 순수성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